대한류마티스학회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
(소아기 류마티스 관절염)

기존에 '소아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불리던 병명이 최근 세계적으로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습니다.
15세 이하의 소아에서 관절염이 최소한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소아기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이라 합니다. 병은 관절의 연골이나 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활막에서 염증이 시작됩니다. 활막의 염증이 지속됨에 따라 관절의 연골과 뼈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관절의 변형과 기능 상실이 나타납니다.
성인에서 발생하는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소아기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은 성인과 달리 관절염이 손가락 마디와 같은 작은 관절 보다는 손목, 팔꿈치, 무릎, 발목, 엉덩관절(고관절)과 같은 큰 관절에서 잘 발생하며, 여러 관절에서 다발성으로 오는 경우 보다는 소수의 관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관절 증상 이외에 심한 고열, 피부발진, 임파선이나 비장이 커지거나, 심막염, 흉막염, 눈에 포도막염과 같은 관절 이외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발병 빈도는 10만 명당 약 5-18 명 정도 이며, 주로 1-3세에서 발병하고, 첫 돌 전에도 발병되나 6개월 이전의 발병은 드뭅니다. 특히 여아에서는 1-3세에 주로 발병하며, 남아에서는 모든 연령에서 고루 발병합니다.

원인

아직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으며 단지 면역조절기능의 이상, 감염, 정신적 스트레스, 외상이나 유전적 요소 등이 발병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중에 같이 발병하는 경우는 적으며, 형제간의 발병도 드뭅니다. 그러나 한 가족에서 발병하면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하고, 대개 포도막염과 같은 합병증의 종류도 같습니다.

임상 증상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질환이지만 관절 증상 외에 다양한 관절 이외의 증상들을 동반합니다.
관절 증상으로는 뻣뻣한 경직 증상과 통증이 주로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관절이 뻣뻣해지는 게 특징인데 이러한 증상은 아침에 자고 일어나거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를 취한 후에 심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관절을 움직이면 증상이 풀어지는 것이 특징이며, 병이 심할수록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점차 관절에서 통증(압통: 누르면 아프다)이 발생하고 관절 부위가 붓고, 열이 나며, 벌겋게 면서 비로소 관절염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오는 날에 더 심해지곤 합니다. 이때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의 연골과 뼈와 주위 조직이 손상되어 관절마디가 휘거나 굳어서, 관절이 변형되고 관절운동이 제한됩니다. 소아에서는 성인과 달리 크고 작은 모든 관절에서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절외 증상으로는 심한 고열, 피부 발진, 임파선이 붓거나, 비장이 커지고, 심막염, 흉막염, 눈에 포도막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발병 6개월 동안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7 종류로 분류하는데, 이중에서 소수 관절형, 다수 관절형, 전신형이 주된 형태입니다. 관절염이 5개 이상의 관절에서 나타나면 다수 관절형, 4개 이하의 관절에서 나타나면 소수 관절형, 하루 한 두 차례씩 39˚C 이상의 고열이 2주 이상 나타나면 전신형이라고 부릅니다.

(1) 소수 관절형
소아기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중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약한 증상을 보입니다.. 무릎, 발목, 손목 같이 큰 관절을 4개 이하로 침범하며, 대개 비대칭적입니다. 특히 무릎관절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며(75%), 처음부터 엉덩관절(고관절)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합병증으로는 눈에 포도막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실명할 수도 있습니다.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강직성척추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다.

(2) 다수 관절형
5개 이상의 관절을 침범하는 경우로 관절염이 대개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여아에 잘 발생합니다. 무릎, 발목, 손목 관절과 같이 큰 관절 뿐만 아니라 손가락과 발가락 관절과 같이 작은 관절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절이 뻣뻣하고, 아프고, 붓습니다. 성인의 류마티스 관절염에서와 같이 관절의 손상이 심하여 관절의 구축(오그라들음)이나 강직이 잘 동반될 수 있습니다. 목뼈에 염증이 생기면 목이 아프고, 돌리기 어렵게 되는데, 특히 1번과 2번 목뼈 사이에 염증이 생기면 목뼈가 탈골되어 척수 신경을 눌러 팔, 다리가 저리고, 마비될 수 있습니다. 턱관절을 침범할 경우에는 입을 잘 열지 못합니다. 피부 밑에 류마티스 결절(멍우리)이 흔히 동반되며 이 결절은 만지면 딱딱한 편인데 피부 밑에서 움직입니다. 압력을 많이 받는 부위에서 잘 생기며, 대부분의 경우에 증상은 없습니다.
대개 관절염 증상은 심하고 만성적 경과를 밟습니다.

(3) 전신형
관절염 증상이 나타나기 수주 또는 수개월 전에 심한 고열, 피부발진, 임파선이나 비장의 증대, 심막염 혹은 흉막염 등과 같은 관절 외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신형에서 나타나는 열은 매우 특징적으로 매일 한두 차례씩 고열이 납니다. 열이 있는 동안에는 오한을 동반하며 매우 힘들어하지만, 일단 열이 내리면 멀쩡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비화농성 늑막염, 심막염과 복막염이나 간기능 저하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관절염 증세는 처음부터 있을 수 있지만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 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주로 다수 관절형이 동반됩니다.

전신적 발육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키가 크지 않거나 이차 성징의 발현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검사 소견

혈액 검사를 통해 병의 활동성과 예후를 추정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인자의 진단적 비중은 성인에서와 달리 소아에서는 적습니다. 부은 관절에서 물(활막액)을 뽑아 검사를 하는 것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관절 X-선 사진을 찍어 뼈의 손상 및 관절 변형의 정도나 진행 상황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관절의 MRI나 CT촬영,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여 관절의 손상 정도와 염증의 정도 등을 파악하며, 뼈의 핵의학검사를 통해 전신 관절의 관절염 여부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진단

특수한 진단 검사법이 있는 것은 아니며, 병의 경과, 증상과 진찰 소견이 진단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보통 15세 이하의 소아에서 최소한 6주 이상 지속되는 관절염이 있을 때 소아기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이라 진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과성 활막염, 급성 류마티스 열, 화농성 관절염, 결핵성 관절염, 골수염, 급성 전염병과 관련된 관절염, 급성 백혈병, 성장통 등과 감별해야 합니다. 특히 관절염이 한 관절에만 발생하고 고열이 동반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화농성 관절염과 구별하여야 합니다.

치 료

치료 목표는 통증을 제거하고, 염증을 완화시키며,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관절의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환아가 가능한 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치료로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외과적 치료법 등이 있습니다.
아직 근본적인 약물치료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지만, 기존 치료제의 개선과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으로 병의 경과는 많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의 투여와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법의 도입으로 소아기 특발성(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며 매우 좋은 치료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외에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자가 면역 질환 치료에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술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 외에 관절 내로 증식된 활막을 제거하기 위해 관절경 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관절염의 진행으로 관절이 변형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심하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아는 뼈가 한창 성장기에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뼈의 성장이 모두 끝난 후에 시행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