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괴사증과 스테로이드

골괴사증 혹은 뼈괴사증(osteonecrosis)은 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뼈조직(골수와 무기질뼈)이 죽는 것을 말합니다. Osteonecrosis는 “bone death”를 의미하며 라틴어로 뼈를 의미하는 ossis와 죽음을 의미하는 necrosis가 합쳐진 말입니다. 유사한 이름으로 무혈성 괴사(avascular necrosis), 허혈성 뼈괴사(ischemic necrosis of bone), 무균괴사(aseptic necrosis), and 연골밑괴사(subchondral avascular necrosis)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발생연령은 40~50대에서 발생하지만 여성의 경우 더 일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로 남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전신홍반루푸스나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류마티스 질환이 있거나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병력 등이 있는 경우는 여자에서도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엉덩관절(고관절)의 넙다리뼈머리(대퇴골두)이며, 무릎관절(슬관절)의 넙다리뼈 관절융기(대퇴골과,femoral condyle)와 정강뼈 관절융기(경골과,tibial condyle), 위팔뼈머리(상완골두,humerus head), 목말뼈(거골,talar body), 손배뼈(주상골,scaphoid bone) 등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생률이나 유병률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본의 경우 엉덩관절(고관절) 골괴사증의 발생이 연간 2,500~ 3,000 례가 되는데, 이들 중 34.7%는 스테로이드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며, 21.8%는 알코올의 섭취와 관련되어 있고 37.1%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골괴사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외상으로 인해 뼈에 공급되는 혈관이 물리적으로 차단이 되는 것입니다. 비외상성 골괴사증의 원인으로는 스테로이드의 투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으로 전신홍반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이 있으며, 장기이식환자나 다발골수종 또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 과다한 알코올의 섭취, 방사선치료, 골다공증 치료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의 복용 등이 골괴사증의 발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 엉덩관절의 선천성 기형으로 레그칼베페르테스병, 선천성 엉덩관절 탈구, 넙다리뼈머리단분리증(대퇴골두골단분리증)이 있으며 잠수부에서 발생하는 이압골괴사, 임신, 흡연, 지방대사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중 스테로이드의 투여는 골괴사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30년대 초 하베이쿠싱(Harvey Cushing)이 스테로이드가 뼈에 대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처음 기술하였고 이후에 다수의 보고에서 글루코쿠르티코이드(스테로이드)를 투여 받은 환자에서 골괴사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을 기술하여 현재까지 스테로이드가 골괴사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를 어느 정도의 양을 투여했을 때 골괴사증이 발생하는지, 투여된 스테로이드의 누적용량, 최대 용량, 투여기간이 골괴사증의 발생과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기저 질환에 따라 골괴사증의 발생률도 아주 다릅니다. 스테로이드는 다양한 질환에서 투여하는 약물로 경구 투여제, 주사제, 흡입제, 국소도포제 등으로 제조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항염작용이 탁월해 사소한 피부질환 치료부터,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호흡기질환, 자가면역질환과 다양한 만성 염증질환에 치료제로 이용됩니다. 스테로이드에 의한 골괴사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발견하여 관절 손상이 빨리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다. 골괴사증의 긍극적인 치료는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치하는 수술이므로 젊은 나이에 시행하게 되면 십 수년 후 재수술을 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로 인한 골괴사는 스테로이드의 용량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스테로이드제의 종류에 따라 그 효능이 달라 연관성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의 용량이 많을 수록, 지속성 스테로이드의 경우, 비경구적인 투여(정맥주사)를 받은 경우에 위험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게 되는 기저 질환에 따라 골괴사증의 발생률이 다르므로 전신홍반루푸스나 혈관염을 일으키는 류마티스 질환의 경우에는 관절 증상이 생길 경우에 골괴사증의 발생을 의심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신장이식을 비롯한 다양한 장기이식 후에도 골괴사증이 자주 발생하므로 이들에서 관절 증상이 있는 경우 빠른 검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스테로이드가 골괴사증을 일으킨다고 하여 무조건 스테로이드 투여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질환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어떤 질환인가, 또 질병의 중증도가 얼마나 중한가에 따라 스테로이드는 적절히 투여되어야 하며 가능한 적은 용량을, 가능한 짧은 기간 동안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사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투여 후 빠른 시일 내에 감량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로 인한 골괴사증의 발생기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스테로이드 유발 골괴사증을 일으키는 데 관여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유전자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나 스테로이드에 감수성이 높은 유전자를 찾아내어 골괴사증을 일으키기 쉬운 개인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골괴사증을 예방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