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류마티스학회

베체트병의 임상증상과 진단

120여 가지의 류마티스 질환 중에 베체트병은 터키의 의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누구나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안이 헐거나 입술이 부르트는 경험을 한 두 번 가지는데 어떻게 보면 질병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지만 베체트라는 의사는 이런 증상들을 그냥 무시하지 않고 특정 질환이라고 생각하여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가 되어있어 이 병의 많은 부분이 밝혀졌으며 다른 류마티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자가면역 질환으로 염증 질환에 속합니다.
염증이 입안 뿐 만 아니라 시간이 가면서 전신으로 진행되는데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혈관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혈관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퍼져있으므로 신체 어느 부위에나 증상이 생길 수가 있겠습니다.
또한 베체트병은 자가면역 질환에 속하는데 이는 외부에서 세균이 들어와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자신 몸 안에 있는 임파구라는 세포가 자신의 혈관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베체트병이라고 의심할 수 있을까요?

1.	입안이 파여요.
	여러 가지 증상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증상은 입궤양입니다. 입안이 헌다는 것이지요. 거의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데 그 크기는 처음에는 1cm 미만으로 혀나 잇몸, 입안 또는 입천장 등 입안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자주 재발된다는 점입니다(그림 1). 한번 입안이 헐었다고 베체트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자주 생긴다면 의심을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입궤양은 대개 통증이 동반되며 원형이거나 타원형으로 중심부위에 연노란색의 중심부위가 있고 1-2 주내에 자연히 사라집니다.
2.	음부가 헐어요.
	다른 증상으로는 입안이 허는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음부도 허는데 남성은 음낭이나 음경귀두에서, 여성은 질이나 자궁경부에서 궤양이 생기기도 하며 성기궤양은 입궤양보다 숫자가 적은반면, 치유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간 더 오래 걸립니다. 성기부위에 궤양이 생길 때 피부 부위에 생기면 통증이 있으나 점막부위에 발생하면 통증을 수반하지 않습니다. 또한 위장에도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염증이 생기면서 헐 수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천공이 생기기도 해 주의를 요합니다.
3.	피부에 발진이 나요.
	피부에도 많은 혈관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피부에도 염증을 일으킵니다. 나타나는 양상은 원형의 발진이 주로 다리에 나타나며 통증을 동반하기도 합니다(그림 2). 대개 10-15일 후에 치유되며 경우에 따라 반점을 남기기도 합니다. 다른 형태로는 여드름 같은 농포성 발진이 목, 등, 얼굴, 흉부, 팔, 다리, 성기 부위 등에 나타나는데 환자의 60-85%에서 나타나며 보기에는 일반 여드름과 거의 같습니다. 그 외에 혈관이 분포되어 있는 부위를 따라서 나타나는 피부혈관염을 동반한 구진성 발진 등의 질환 등이 있습니다.
4.	눈이 잘 안보여요.
	베체트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눈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눈 앞쪽이나 뒤쪽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전문 용어로는 포도막염, 망막혈관염 등을 일으키며, 주된 증상으로는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그림 3). 일반적으로 양쪽 눈에 발생하며 앞에서 말씀드린 증상보다 실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치료에 많은 주의를 요합니다.
5.	관절이 아파요.
	대부분의 류마티스 질환은 관절염을 동반하는데 베체트병도 예외는 아니어서 관절에 통증과 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로 무릎과 발목에 증상을 나타내나 간헐적이며 자연적으로 소실되며 뼈의 손상을 가지고 오지 않기 때문에 많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6.	다리가 부어요.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므로 직접적으로 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환자분 4명 중 한명 정도에서 다리 정맥에 염증을 일으키고 일부에서 혈관이 막히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드물게는 폐에 혈전을 일으켜 호흡곤란 및 흉부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7.	머리가 아파요.
	마지막으로 신경도 혈관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므로 혈관염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될 수 있는데 신경계로의 침범은 급격하게 또는 서서히 나타나며 두통으로 시작되는 무균성 뇌막염이 가장 흔한 신경계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베체트병 환자분들의 평균수명은 신경계를 침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상인과 같습니다.

그러면 정확한 진단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류마티스 질환이 그렇듯이 베체트병도 한 가지 증상이나 한 가지 검사로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 진단기준이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진단 기준에 따르면 베체트병의 진단은 우선 재발하는 입궤양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드물게 1-3%의 환자에서는 입궤양이 없이 다른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재발하는 성기부위의 궤양이나 안질환, 피부질환이 있거나 검사적으로는 피부반응 검사가 양성일 때 베체트병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피부반응 검사는 멸균된 주사기로 피부를 찌른 뒤 하루나 이틀 후에 피부 반응을 관찰하는데 1-2 mm 의 융기되고 주위가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 양성 반응으로 판단합니다.

어떻게 하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베체트병의 치료는 여러 가지 증상의 해소와 진행의 예방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입궤양으로는 항생제나 국소적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통증 억제제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관절염의 치료로는 진통소염제(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사용하고 관절염이 발생했을 떼 무리하여 사용하는 것을 피하셔야 합니다. 성기 부위의 궤양이나 점막증상에는 국소적인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합니다. 이외에 다른 증상들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데 이런 전문제제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매우 주의해서 꼭 필요한 시기에 정확한 용량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베체트병은 조기진단이 중요하며 조기 치료와 질병 관리가 추후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치료 후 일시적인 호전현상을 완쾌된 것으로 오인, 치료를 중단할 경우 병이 더욱 악화돼 실명이나 중풍을 야기하기도 하는 만큼 계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베체트병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여 조기 진단이 안 되어 합병증이 생긴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류마티스 질환과 같이 전문의와 상의하여 관리만 잘 하시면 합병증 없이 잘 유지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질병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겠습니다.